Letras
난 이제 괜찮아 손목을 감싸던 따스함 못지 않은 차가운 시계가 있으니 난 이제 괜찮아 내 목을 감던 가냘픔 못지 않은 두툼한 목도리가 있으니 난 이제 괜찮아 내 발을 밟고 장난치던 작은 발보다 편한 신발이 있으니 난 이제 괜찮아 늘 들어주던 작은 가방보다 크고 무거운 가방이 내게 있으니 난 정말 괜찮아 내 품을 채우던 가끔은 울기도 가끔은 토라지기도 더는 없는 사람이 떠나간 그 사람이 웃고만 있는 사진이 있으니 난 이제 괜찮아 시려워도 마주 잡았던 맨손보다 따뜻한 장갑이 있으니 난 이제 괜찮아 흐릿했던 사람의 빈 자리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안경이 있으니 난 정말 괜찮아
김선욱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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